필승! 강화도에서 해병대 장교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현재는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있는 규씨입니다.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ROTC(이하 학군단), 그리고 해병대 장교로의 생활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어 게시글을 작성하게 되었어요.
저는 말도에 가기 전 이미 교동도에서 OP(Observation Post, 관측소)장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던 상태였고, 소초장 체험만 2주간 말도에서 하는거였어요.
그럼 말도에서 소초장 체험이 끝났으니 이제 교동도로 가야겠죠?
근데 교동도는 또 어디냐고요?
교동도는 강화도 좌상단에 있는 그래도 꽤나 큰 섬이에요.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이고, 제가 있던 인사리에서 북한까지 제일 가까운곳 기준으로 2km 정도 떨어져있어요 ㅋ
교동도 하니까 생각났는데 최근에 북에서 귀순자가 걸어서 귀순한 곳이 교동도에요! 아마 제가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일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ㅎ
포상휴가도 받고 좋겠다... 부럽네요ㅠ
그럼 이제 저희도 교동대교를 건너서 교동도로 가볼까요?
교동도는 교동대교라는 다리로 강화도와 연결돼있어요. 그래서 따로 배를 타거나 하지 않아도 되고, 제 기억상 47번 국도를 타고 쭉 가면 끝에 교동대교가 있어요. 교동대교가 없던 시절에는 배를 타고 넘어갔다는데 아주 아찔합니다... 좋은세상이에요 ㅎ
참고로 교동도에 들어가려면 해병대의 검문을 받아야 해요.(아무래도 북이랑 가깝다보니...) 언제 와서 언제 나갈지, 몇명이 온건지, 차는 뭘 타고 왔는지 등등 작성을 해서 근무 서는 해병에게 전달하면 검문소를 통과해서 교동도로 들어갈 수 있어요. 추가로 주말에는 관광객이 많아서 오래 기다릴 수도 있으니까 주말에 교동도 방문 계획이 있다면 일찍 가는걸 추천드릴게요!
미리 등록 된 주민이나 해병대 관련 업무 차량들은 왼쪽(등록차량 전용)으로 가면 되고, 방문객은 오른쪽(방문자 전용)으로 가면 되요! 방문객인데 왼쪽으로 가면 돌아서 맨뒤로 가야하니까 유의하세요!
교동도에서 바라보는 강화도의 하늘이에요. 어때요 예쁘죠. 교동도 역시 말도와 마찬가지로 대기 오염이 서울보다 덜해서 공기도 맑고, 밤에는 별, 달도 관찰하기 너무 좋아요.
이건 진짜 비밀인데 교동도 해안가에 켜져있는 가로등 우리 해병들이 아침 저녁으로 켜고 끄고 합니다... 고장나면 고치기도 하고요. 진짜 우리 해병들 고생이 많아요!!(전역까지 화이팅)
이 사진은 제가 교동도에서 근무 할때 전국대 ROTC 홍보를 위해서 처음으로 휴가를 나왔을때 사진인데 감격스러웠던 순간이어서 넣어봤어요!!(비주얼 살벌하네..)
짧게나마 소초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말씀 드릴게요.
먼저 소초에서의 큰 일과로는 해 뜨기 전에 한번, 해 지기 전에 한번 밖으로 나가서 철책, 감시장비 등을 손으로 만지면서 점검하고, 그 외 시간에는 공통적으로 하는 풀 뽑기, 청소 등 여러 작업을 하게되요! 간부들의 경우에는 상황실에서 상황간부 임무를 추가로 수행하게 되고요.
그리고 소초 생활에서 제일 힘든 점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소초에 들어가면 퇴근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보병 기준으로 많으면 주에 한두번?(근데 이 마저도 보장되는게 아니고 바쁘면 못나가는 경우 허다함) 일과 시간 이후에 관사에 가서 짐도 챙기고, 청소도 한번 하고, 오랜만에 술도 먹고 등(숙소대기라고 함) 하다가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복귀하는.... 그런 힘든 생활을 하게되요. 진짜 소초 생활은 오래 할게 못되는거 같아요ㅠ
보병은 중대 본부급 소초 기준으로 중대장, 소초장, 부소초장, 행정관, 그외 상황하사 등 간부가 많이 있어서 큰 일이 없다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퇴근을 하는 편인데, 저는 보병 소초에 파견된 포병이었기 때문에 포병 간부는 OP장 하나 이고, 그러다보니 일주일에 한번 퇴근 조차도 힘들어요.
강화도 포병의 가장 큰 문제점은 OP장이 퇴근을 하는 경우에는 혹시 모를 상황(총포격 도발, 귀순자 등)에 대비해서 포병 장교가 저 대신 들어와줘야 해요. 근데 OP장은 보통 새로 임관한 소위가 보직을 맡기 때문에 제가 OP장을 하던 당시에 저와 제 동기들(학군 67기)이 대대에서 제일 후배 장교였고, 그 외 장교들은 다 선배 이다보니 싫다 바쁘다 일이 많다 뭐... 등등 이유로 거절하더라고요 ㅋㅋㅋ (오랜만에 얘기하니까 또 짜증나네 ㅡ) 아 참고로 대대에 참모로 있던 모 대위는 제가 OP장 하는동안 단 한번도 들어와준적 없어요ㄱㅅㄲ
군 생활 시작하자마자 느꼈죠. "아.. 이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구나..." 이때 다시한번 전역을 굳게 다짐 했답니다 ^^(오히려 좋아)
나중에는 제가 숙소대기 간다고 하면 우리 대원들이 더 좋아했어요ㅋㅋ 이제 탈출하는거냐며...
OP장 생활을 계기로 저는 후배 대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있으면 후배를 최대한 배려하려 노력했어요! 제가 당한거 똑같이 돌려주기 싫었거든요. 그리고 후배 새로 들어오면 그러지 말라는 의미에서...(주말에도 가끔 들어가고...) 열심히 해라 후배님들 화이팅 !
교동도 생활에서 퇴근 못하고, 휴가 못나가는게 제일 심적으로 힘들었던것 같아요. 그래도 그 외에 대원들도 잘 대해주고, 보병 중대장님, 소초장님, 부소초장 등등 너무 좋고, 잘 대해주셔서 힘든게 조금이라도 줄어들었던거 같아요.
어느덧 이제 같이 있던 해병들이 가는 날이 되었고, 폴라로이드 사진과 편지를 저에게 선물로 줬어요!
소문으로 처음 자대가면 소쎄이(소위+아쎄이)라고 애들이 무시한다.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저에게 너무 잘 대해줬던 우리 해병들에게 감사하면서 군생활을 했던거 같아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도 다음 보직으로 교대가 됐고, 교동도에서의 군생활이 종료되었답니다 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동도 맛집 소개해드릴게요. 먼저 찐빵!!
대룡시장 안에있는 교동수제인삼쌀찐빵 이라는 곳인데 다음지도에는 안나오는거 같네요ㅠ 이집 찐빵이 진짜 맛있어요.
제가 팥을 텁텁한맛? 때문에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집 찐빵은 달달하니 진짜 맛있었어요.
그리고 군인들이 방문하면 사람 한명에 찐빵 하나씩 서비스로 주시는데 항상 너무 감사했어요. 그래서 집갈때 양손 가득 포장해가기도 하고 했답니다!!
다음 빵 맛집!
다음은 카페교동숲이에요. 건물 하나를 통으로 카페로 사용하는데 논뷰, 숲뷰도 예쁘고 2층으로 올라가면 북한도 볼수 있어요.(물론 매우 작게 ㅋ) 그리고 이집은 특히 빵이 맛있어요!
출근 길에 항상 빵이랑 이것저것 사들고 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ㅎ
먹물치즈빵 진짜 맛있는데 생각난다... 함 먹으러가야하나...
제가 추천드린 두 곳은 한번쯤 가봐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요
이 외에도 다양하고 재밌는 일들이 많았는데 사진으로 찍을수가 없던게 참 아쉽네요ㅠ
생일 파티, 운동, 냉동파티 등등 진짜 재미있는 추억이 많았는데...
어이 해병들 잘 지내나? 언제 시간 되면 소주한잔 찐하게 하자고!
지금까지 제 군 생활중 교동도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해봤는데요, 혹시나 ROTC, 해병대 장교 관련해서 궁금한 사항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열심히 설명드릴게요.
이상 용무 마치고 돌아가겠습니다.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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