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병대라 욕하지 말라!] 3. 설마 내가 말도에 가겠어?

필승! 강화도에서 해병대 장교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현재는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있는 규씨입니다.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ROTC(이하 학군단), 그리고 해병대 장교로의 생활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어 게시글을 작성하게 되었어요.


오늘은 제가 자대 배치를 받고, 사단에서 나와 처음 갔던 말도라는 섬에 대해서 소개 해드릴게요!

 

저는 앞에 육병대 시리즈에서 말했듯 포병이고, 강화도에서 군복무를 했어요.

강화도 포병에는 전설로 내려오는 섬이 하나있는데, 이름하여 말도...(이름부터 말도 안됨ㅠ)

 

초임장교끼리 장난으로 '너 말도간다 ㅋㅋ' 라는 밈이 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저에요ㅠ

 

해병대 2사단에서 보병이 아닌 병과의 초임 장교들은 2주간 소총 소대장 체험을 명분으로 전방 소초, 혹은 예비대에서 보병 소대장의 역할을 체험하게 돼요. 

저는 강화도 포병이다보니 경계근무를 하는 대대로 발령을 받았고, 소초에서 소초장 체험을 했어요.

소초에 가게되면 전방대대의 작전이나 근무지에 갔을때 도움이 될만한 것들에 대해서 선배 소초장님께 배우게 되는데 말도 소초장님이 너무 착하고 하나하나 잘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ㅠ  이때 배운 내용을 전역하기 직전까지 쓸 줄은 꿈에도 몰랐죠...(위기의 시작)

 

말도는 저도 해병대에 가서 처음 알게된 섬이에요. 자세한건 아래 지도를 보면서 말씀드릴게요.

 

왼쪽 맨끝에 있는 섬이 말도이고, 그 앞은 북한이에요

행정구역상으로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 해당하는 말도는 해병대와 주민 몇 명만이 살고 있는 유인도? 무인도?의 개념이 애매한 섬이에요. 추가로 민간인의 말도 출입은 통제돼요. 북한과 매우 밀접해있고, 철책이 따로 설치되어있지 않아서 마음만 먹으면 월북도 가능하거든요.

 

마을

말도에 있는 마을이에요ㅋ (이건 본 사람 진짜 몇 없을 듯) 집 몇 채랑 말도 교회가 하나 있어요. 추가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이런것들이 없어서 주민분들도 한번 나가실때마다 밖에서 잔뜩 사서 저장해놓고 생활 하는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소초에는 당연히 px 이런건 꿈도 꿀 수 없어요. 2주 ~ 4주에 한번씩 배를타고 이동식 px가 들어오는데 소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담배, 과자, 라면 등을 잔뜩 쟁여놓고 있답니다. 가끔씩 날씨가 안좋으면 이동식 px가 취소되기도 하는데 대원들이 하늘이 무너지는 눈빛으로 간부들을 쳐다본답니다... (미안... 근데 나도 라면 먹고 싶었어...)

 

여기 사는 주민들은 주로 농사를 짓거나 어패류를 채취하는걸로 알고있어요.

이건 찌라시인데 말도로 주민신고를 하면 정착금? 뭐 이런 명목으로 나라에서 달에 얼마씩 돈을 준다는 말이 있어요 ㅎ(우리나라 땅이라서 사람이 살아야한다나...) 암튼 일제강점기때는 말도 주변이 황금어장으로 유명했다는데 황금어장에서 물고기 잡아보고 싶은 사람은 주소지 변경해서 합법적으로 말도에서 살아보셔요 ㅋ

 

물이 빠져서 뻘이 보이는 말도
대연평도

사진에 보이는 흐릿한 섬은 대연평도인데 날이 좋은날에만 볼 수 있어요ㅋ

연평도에 제가 좋아하는 동기가 있어서 연평도가 보이는날에는 동기에게 한번씩 연락을 했던 기억이 나요 ㅎ

 

그리고 말도에서는 남한과 북한의 땅을 다양하게 볼 수 있어요.

대연평도, 소연평도, 우도, 함박도, 각회도, 용매도, 연백염전, 교동도, 서검도, 볼음도 등등 

이걸 어떻게 다 아냐고요? 저도 알기 싫었어요ㅠㅠ

말도에 가서 힘들었던것 중에 하나였는데, 주변에 섬이랑 지형이 많아서 이걸 외우는게 힘들었어요ㅠ 나는 막 초군반 끝난 감자인데... (그치만 견뎌내야지. 해내야지. 그러라고 세금으로 월급주는데ㅋ)

 

말도의 일몰

모두가 인정하는 말도의 일몰이에요. 날씨가 좋으면 이렇게 대연평도 위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볼수 있어요!

 

말도는 동, 서쪽으로 뻥 뚫려있어서 매우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항상 해뜨기 전, 해 지기전에 밖에 나가서 구경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말도의 일출과 일몰은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거에요ㅠ 

전역하고 나니까 다시한번 보고 싶네요...(물론 말도에서 다시 군생활 하라하면 한강에 입수 하겠습니다ㅠ)

 

full moon

그리고 말도는 대기오염도 심하지 않아서 밤만 되면 달이랑 별이 이렇게나 잘 보인답니다ㅎ 어때요 말도에 꼭 살아보고싶죠?ㅋ 

 

출도!

배타고 출도하면서 찍은 동영상인데 그렇게 기쁠수가 없어요.

추가로 제가 한달에 일주일씩, 총 12주(1년) 정도를 더 말도에서 생활했는데 항상 배타고 나갈때마다 너무 신나고 기분이 좋았어요 ㅋㅋㅋ

 

그럼 이제... 말도 안녕ㅎ

 

소초에서는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는데 군사지역이다보니 사진을 찍을수 없고, 자세하게 말씀드리면 잡혀갈 수도 있어서(장난임 ㅠ 진지하게 받지마) 오늘 말도 소개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

 

추가로 말도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유튜브 참고하시면 도움 될거 같아요ㅎ 링크 띄워놓을게요!

말도 다큐인데 꽤나 재미있어요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오지에서 고생하는 우리 선배, 후배 해병님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편히 잠 잘수 있다고 생각해요. 항상 고맙고, 말도에서 근무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 우리 해병들( ̄︶ ̄)↗ 


지금까지 말도에 대해서 이야기 해봤는데요, 혹시나 ROTC, 해병대 장교 관련해서 궁금한 사항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열심히 설명드릴게요. 전역한지 시간이 좀 흐르니까 다,나,까 말투가 어색하네요. 이제 그냥 편하게 글 쓸게요ㅋㅎ

 

이상 용무 마치고 돌아가겠습니다. 필승!